아이들이 입술에 묻히며 먹는 아이스크림 이미지는 우리에 익숙합니다.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아이들 입맛을 잡기에 충분합니다. 반면 남녀가 침대 속에 뒹구는 이미지에 'Melt together'라는 자극적인 카피를 사용했었던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있습니다. 남녀의 섹슈얼한 분위기를 광고 콘셉트로 잡은 이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가끔 좋은 일이 있거나 레스토랑에 가면 먹을 수 있는, 다소 비싼 가격에 선뜻 사 먹기는 부담스러운 브랜드로 저는 기억합니다. 특히 크게 이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전용 냉장고에서 꺼내주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바로 하겐다즈(Häagen-Dazs)입니다. 자연스럽게 오늘 추천할 책도 '매거진 B_하겐다즈'입니다.
해당 매거진은 하겐다즈 브랜드 스토리를 알고싶은 분들, 하겐다즈의 브랜드 콘셉트가 궁금한 분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시작은 미국에서
하겐다즈라는 이름에서는 강력하게 유럽 냄새가 풍깁니다. 그렇지만 미국 브랜드입니다(낚시). 1961년 뉴욕 브롱스(Bronx)에서 루번 매터스(Reuben Mattus)와 로즈 매터스(Rose Mattus) 부부는 바닐라, 초콜릿, 커피 맛의 세 가지 아이스크림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매터스 부부는 자신들이 만든 아이스크림이 옛 전통과 장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로 여겨지길 원했다고 합니다. 유태인이었던 루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일하게 유태인을 구해준 국가라는 점에서 덴마크를 떠올렸습니다. 이에 기반하여 덴마크를 연상케 하는 움라우트(Umlaut) 기호까지 넣는 디테일을 발휘하며 하겐다즈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될 놈은 된다고, 건강한 낙농 국가 이미지가 강한 덴마크이기에, 의도와는 상관없이 훨씬 더 강력하고 영리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덴마크 전통 브랜드처럼 보이도록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죠!
(실제로 하겐다즈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고 합니다)
출시 당시 미국에선 저렴한 아이스크림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었습니다. 이에 매터스 부부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취합니다. 유지방 비율을 높여 단 맛과 고소함을 한 층 강화시켰습니다. 식감 또한 부드럽고 진하게 만들어, 걸쭉하게 퍼먹기 아주 그만인 퀄리티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경쟁 제품보다 45%가량 값을 높게 책정하여 부유한 성인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정했습니다. 성공적인 포지셔닝을 통해 하겐다즈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단 맛에서 럭셔리와 쾌락까지
하겐다즈가 Pillsbury(세계적인 홈 베이킹 믹스 회사)에게 인수된 후 1980년대 유럽으로 진출합니다. 유럽 시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젤라또와 같이 지역 사회에 유서깊이 자리 잡은 소규모 브랜드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합니다. 더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카페 분위기의 아이스크림 매장을 오픈합니다. 미국에서와는 다른,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매장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40여 년 전부터 플래그십 스토어 개념을 사용한 것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에 맞게 잘 사는 동네, 저명한 인사들이 모인 동네를 주로 공략했습니다.
럭셔리 전략은 다양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들 기억속에 있는 하겐다즈 전용 냉장고를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설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공연 등의 문화 행사나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Wimbledon)과 롤랑 가로스(Roland Garros)의 오랜 공식 파트너로서 활약합니다. 이를 통해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1990년에는 영국의 광고 대행사 BBH(Bartle, Bogle, Hegarty)를 통해 광고를 진행합니다. 이에 25~44세 남녀 대상으로 어떤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소비하는지 조사합니다. 그 결과 '데이트'와 '쾌락' 등의 키워드가 도출됩니다. 이성과 보내는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소비한다는 연결고리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 것의 이미지와는 정말 상반된 결과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스크림을 어른들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합니다. 그리고 1994년 1억 3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해냅니다.
아이스크림을 레스토랑에서 식사처럼 즐길 수 있는 욕망의 대상임을 그리고 고급문화와 어울릴 수 있음을 하겐다즈는 증명했습니다. 물론 선정적인 측면 때문에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특색에 맞는 옥외 광고 등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지하철 역사 내에 걸린 컴퓨터 코딩 콘셉트의 광고(링크) 그리고 돈 죠반니(Don Giovanni) 오페라에서 배우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 광고 등이 그 사례입니다. 다양한 시도와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고 합니다.
유명인사들의 하겐다즈 사랑
성공적인 마케팅 덕분에 많은 유명인사들도 하겐다즈를 즐겼습니다. 여러 스타들이 인터뷰 중에도 그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존 레논은(John Lennon)은 보채는 아들을 달래기에 위해 하겐다즈를 사 주었습니다. 배우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는 어릴적, 아버지가 사오는 하겐다즈 파인트 한 통을 멋진 보상으로 여겼습니다. 모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은 하겐다즈를 하나의 사치로 여기며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유명인을 통한 바이럴은 모두가 원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지난번에 다루었던 몽블랑의 경우도 역사적인 인물들을 통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브랜드 중 하나였습니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진득하고 달콤한 맛은 참 많은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접근하기 쉬운 프리미엄 그리고 간편하게 즐기는 미식으로 자리잡은 하겐다즈. 매터스 부부가 첫 제품을 출시한 이래 특별한 식사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줄곧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로서의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밴엔제리(Ben & Jerry), 배스킨 라빈스(Baskin Robbins)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여러 소매점과 레스토랑 또는 호텔에 비치된 하겐다즈 로고가 박힌 냉장고. 한 스쿱 떠서 입에 넣을 때 느껴지는 진득함과 높은 유지방 덕분에 퍼지는 달콤한 향은 언제라도 질리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각 국가별로 더욱 다양한 맛을 출시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서 미래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하겐다즈 매장은 잘 안 보이고, 편의점이나 온라인 몰 그리고 B2B로 호텔이나 항공사,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형태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고디바처럼 고풍스러운 카페 콘셉트로 매장을 오픈하는 날도 기대해 봅니다.
독자분들도 정말 피곤할 때 하겐다즈 초콜릿 맛 한 숟갈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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