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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심리

스눕(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by 캡틴작가 202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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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BBC에서 화제의 드라마를 방영했습니다. "제 이름은 셜록 홈즈, 주소는 베이커 가 221B번지입니다."라는 주인공의 자기소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네, 바로 셜록(Sherlock)입니다. 셜록에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장면은, 사건 현장에서 셜록이 추리하는 마음 속 생각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한 점입니다. 셜록은 바닥의 카펫 속 옷 섬유, 물건들의 위치 그리고 사람들의 인상착의만을 보고서 수많은 사실들을 유추해 냅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저렇게 몇 가지 사실만으로 상황이나 사람의 성격을 추리할 수 있을까라고 상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에서 끝나겠지만, 셜록의 추리 능력을 상상에서 끝내지 않고 여러 실험을 통해 발전시킨 한 미국인이 있습니다. 바로 샘 고슬링(Sam D. Gosling)이라는 심리학자입니다. 어떤 이의 책상에 놓인 물건들 그리고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를 보고 과연 사람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을 추리할 수 있을지 그는 실험으로 증명해 내었습니다. 고슬링의 독창적인 연구 기록이자, 오늘의 추천 도서는 바로 스눕(Snoop)입니다(저자에 의하면 스눕은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다라는 뜻입니다).

 

오프닝 음악만 들어도 설렙니다.

 

 이 책은 셜록 홈즈의 추리력을 배우고 싶은 분들, 상대방을 잘 파악해야 하는 직군에서 일하시는 분들(영업 등) 그리고 스눕핑(Snooping)이 정말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성격을 드러내는 소지품들


 사람들마다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은 다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스타일만 보고도 어떤 일을 하는지, 성격은 어떨지, 자기 관리는 잘할지 등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소지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스눕핑(Snooping)을 할 때도 소지품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소지품은 사람의 성격을 잘 반영합니다. 그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째, 사람들은 소지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려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벽에 붙인 포스터, 사진 그리고 액세서리 등으로 자신을 나타냅니다. 또한 나 자신을 위해서도 상징적인 표현을 합니다. 카톡 프로필이나 사무실 책상 모니터 쪽에 존경하는 인물의 사진이나 격언을 붙여놓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제 사무실 책상에는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종료라는, 슬램덩크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언이 적혀있습니다). 이를 '자기 내면을 향한 자기 정체성 주장'이라고 부릅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드러냅니다.

 

 둘 째,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에 감정을 담습니다. 결혼하여 자녀가 있는 경우, 핸드폰 케이스나 책상에 자녀 사진을 붙여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상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는 '감정 조절 장치'로 이용됩니다. 힘든 시간을 보낼 경우, 귀여운 딸의 사진을 보며 힘을 내고 싶은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입니다(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셋 째,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공간에 흔적을 남깁니다. 이 책을 접한 뒤로 저는 항상 동료들의 책상을 관찰합니다. 먹다 남은 과자 봉지, 커피 흘린 자국, 높게 쌓여 있는 책들과 그 위에 있는 머그컵. 이러한 흔적들을 '행동약식의 잔여물'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잔여물들은 그 사람의 특성과 가치, 목표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5가지 성격 유형


 앞서 소개했듯이 소지품 하나만으로 소지품 주인이 어떤 성격을 가졌을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의 가설 측정과 결과의 그룹화를 위해 '5대 성격 유형'이라는 분류체계를 이용합니다. 이에 따르면 성격은 크게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동조성 그리고 신경성으로 나뉩니다.

 개방성은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호기심이 많은 성격을 뜻합니다. 보통 발명에 재능이 있고 예술적입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빈틈없고 의지가 되며 열심히 일합니다. 또한 목표 중심적이고 효율적이며 계획성이 뛰어납니다. 외향성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수다스럽고 에너지가 넘치며, 자기주장이 강하고 사교적인 성격을 의미합니다. 동조성이란 동정심이 많고 친절하며, 사려 깊고 협조적인 성격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신경성이 높은 경우에는 불안해하고 쉽게 동요하며, 걱정이 많고 침울해합니다.

 

스눕핑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침실에 들어왔습니다. 책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예술과 시집 같은 문학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책들이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진 않고 뒤죽박죽입니다. 방은 전반적으로 다소 어지럽습니다. 의자 등받이와 문고리에 티셔츠가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방 전체가 특색 있는 디자인입니다. 다양한 실내 장식도 있습니다. 앞선 조건들을 보고 우리는 방 주인에 대해 어떻게 유추할 수 있을까요?

우선 다양한 분야의 책, 특히 예술과 관련된 책들과 특색있는 디자인을 통해 방주인이 개방성을 소유했다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리정돈이 잘 안 된 모습을 성실성은 소유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실내 장식으로 보아 외향성을 어느정도 소유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침실의 경우, 사람이 숨길 수 없는 원래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생활 습관이 그대로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공간도 아니기에 침실을 통해 한 사람의 '민낱'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의할 것들


 저자가 수차례 실험을 통해 스눕핑이 어느 정도 가능함을 증명해 냈지만,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단서들이 조작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 정말 말끔히 정돈된 방이 있습니다. 그대로만 본다면 방 주인이 성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랍을 열어보니 온갖 잡동사니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의 방문을 위해 일시적으로 대충 치운 것입니다. 이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체크해야 제대로 된 스누핑이 가능합니다.

 또한 고정 관념이라는 함정도 존재합니다. 이 나라 사람은 이럴 것이다, 어떤 옷을 입으면 불량한 성격을 가졌을 것이다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고정관념이 배어 있습니다. 모든 고정관념이 사실과 같은 것은 아니기에 스누핑의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인종 문제와 엮일 경우 인종차별이라는 이슈에 휘말릴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의 인상착의와 걸음걸이 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단박에 알아채는 셜록 홈즈. 이젠 우리도 셜록 홈즈가 될 수 있습니다(100%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샘 고슬링의 고된 연구 끝에 사용할 수 있는 스눕핑 기술 덕분입니다. 물론 관찰만으로 한 번에 판단해서는 안됩니다만, 미팅을 하거나 고객사를 방문할 때 미팅 참가자의 책상만 볼 수 있다면, 상대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를 먼저 더 알고 면접이나 협상에 임한다면 우리가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물론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독자분들도 외출했을 때, 사람의 옷차림이나 액세서리 그리고 걸음걸이를 보며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 같이 연습해 보시죠(너무 대놓고 보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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