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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브랜드

매거진 B_바버(Barbour)

by 캡틴작가 202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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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버(Barbour)라는 패션 브랜드를 아시나요? 제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브랜드이기에,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잠깐 바버 매장을 지나가 보았습니다. 처음 접한 느낌은 '멋쟁이 중년'이었습니다. 남자답고 품격 있는 중년이 입으면 굉장히 멋있겠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헌팅캡을 쓰고 엽총을 들면 여지없이 사냥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떠올렸던 사냥꾼 이미지는 생뚱맞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바버는 수풀이 가득하거나 비바람이 세찬 날씨에 입으려고 만든 옷이기 때문입니다. 항구도시에서 탄생한 이 브랜드는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그 결과 작업복에서 고풍 있는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버가 걸어온 길을 보며 이 브랜드가 왜 성공하였는지 파헤쳐보려 합니다. 바로 오늘의 추천도서인 '매거진 B_바버'와 함께요!

 

매거진-B-바버-커버
매거진-B-바버-커버

 

 

작업복


 바버는 1894년 잉글랜드 북동부 해안 지역 사우스실즈(South Shields)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인 존 바버(John Barbour)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존 바버는 사우스실즈 지역의 노동자들을 위해 작업복을 제작했습니다. 비바람이 부는 날씨에 방풍, 방수 기능이 뛰어난 이 작업복이 바로 바버의 트레이드 마크인 '왁스드 코튼 재킷'입니다. 아웃도어와 같이 스포츠 웨어의 기능성과는 다소 궤가 다릅니다. 직업적으로 필요한 기능성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왁스드 재킷 이외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노동자를 위한 옷이다 보니, 기능적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낚시 용품을 걸 수 있는 D링, 두툼한 장갑을 입고도 올릴 수 있는 커다란 지퍼 손잡이 그리고 빗물에 젖지 않기 위한 포켓 디자인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바버의 디테일이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작업복이 아닌 멋있는 재킷으로 만드는 듯합니다(예전에 패딩처럼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아날로그


 사우스실즈 지역에서 탄생한 바버는 1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업체 또한 1800년대 후반에 설립되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처럼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업체들의 고품질 원단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제작이 이루어집니다. 패턴 커터(Pattern Cutter)라고 불리는 재단사로부터 수작업하는 인원들을 거쳐 하나의 옷이 탄생합니다. 특이한 점은 지금까지 미싱기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고객과 왁스 때문입니다.

 

 먼저 고객들은 수작업의 느낌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왁스로 인해 고장나지 않는 기계를 선호하다 보니 옛날 생산 방식을 고수합니다. 아날로그와 수제품의 조화가 멋들어집니다.

 

 나아가 품질 관리도 엄격합니다. 샘플링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완성도가 미흡한 라인을 전수조사합니다. 명품 브랜드에게 특히 품질에서의 타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교세라의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가 품질을 끊임없이 강조했었던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다만 아날로그만을 고집한다고 해서 바버가 지금의 위치를 유지한 것은 아닙니다.

 

 

유연함


 현재 바버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창립자 후손의 부인인 마가렛 바버(Dame Margaret Barbour)입니다. 그녀는 유연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1973년부터 시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업복 브랜드에서 레저웨어, 패션 브랜드로 바버의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바버의 원형을 보존하며 유연성을 통해 대중에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바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물론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바버 재킷을 즐겨 입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지금도 인기 있는 왁스드 코튼 재킷의 대표 모델들이 그녀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바버는 여러 패션 브랜드과도 협업 중에 있습니다. 그 와중에 '지속 가능한 패션'의 영역도 중요하게 받아들입니다. 바버처럼 수선하여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은 환경보호에 아주 제격입니다. 거기에 바버의 옷들은 세월이 더해질수록 더 멋들어지게 변신합니다. 이 만한 친환경이 없는 것이죠.

 

 


 어부와 노동자를 위해 탄생한 브랜드 바버. 지금은 바버의 기능성이 또 하나의 패션 카테고리로 진화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정체성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성실함과 도전 정신이 있습니다. 전통이라는 영역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시대 흐름에 함께하며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항상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바버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들도 가을에 멋들어진 바버 재킷하나 걸쳐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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