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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브랜드

매거진 B_발베니

by 캡틴작가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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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강한 액체가 있습니다. 바로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입니다. 마시는 사람도, 마시는 장소도 고급스러울 것 같은, 그런 술입니다. 스카치 위스키로 인정받으려면 공식적으로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어야 합니다. 생산지 중에 스페이사이드(Speyside)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은 스카치위스키 협회에서 구분한 위스키 생산지 5곳 중 하나로 조금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 브랜드의 증류소 절반 이상이 밀집한 주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에서 다룰 브랜드도 이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바로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못 들어봤을 리 없는 독보적인 브랜드, 발베니(Balvenie)입니다. 그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 B 발베니 편을 소개합니다.

 

 먼저 해당 매거진은 발베니의 브랜드 스토리가 궁금한 분들, 발베니의 생산 과정이 궁금한 분들 그리고 위스키 종류 및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장인 정신


 작년 겨울 가족과 호캉스를 갔었습니다. 한 해 잘 보낸 것을 기념하고자, 호텔 로비의 바에 방문했습니다. 수많은 음료 중 문뜩 눈에 띈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발베니였습니다. 술을 즐겨 마시는 회사 동료가 요즘 인기가 많아 시중에 재고가 잘 없다고 말했던 그 브랜드였습니다. 동료의 추천이 떠올라 바로 주문했고, 한 모금 머금으며 인기 많은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나긋한 나무 향과 달콤한 맛이 입안을 잘 맴돌았습니다. 위스키를 잘 모르는 저도 발베니의 깊고 풍부한 맛에 매료되었기에, 그때부터 발베니는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발베니의 깊은 맛은 소수 200명 장인들의 땀과 정성으로 탄생합니다. 증류소의 모든 직원들은 견습 과정을 거치는데, 특별한 온보딩 커리큘럼은 없습니다. 대신 각 공정의 장인이나 시니어 직원들에게 도제식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여러 공정들을 빠르게 자동화시키는 반면, 발베니는 그 속도를 높이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발베니에게 요구하는 '전통성'을 고려하여 특정 공정에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합니다. 

 

 발베니의 특별함에 기여하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스카치위스키 업계의 전설이자, 발베니에서만 60년을 근무한 몰트 마스터(Malt Master)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C. Stewart)입니다. 그가 전설로 불리는 이유는 '캐스크 피니시(Cask Finishi)'라는 기법을 창시했기 때문입니다. 캐스크란 증류주 원액(스피릿)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입니다. 캐스크 피니시는 병에 위스키를 담기 전, 다른 캐스크에 옮겨 담아 교차 숙성 시키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캐스크 고유의 향이 모두 스며들어 복합적인 풍미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제가 느꼈던 그 풍미는 한 평생을 위스키에 바쳐온 장인의 창의성 덕분이었습니다.

 

발베니의 대표 상품인 DoubleWood 12 Year Old. 미국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캐스크에서 12년 이상 숙성시킨 후, 6개월 이상 유러피언 셰리 캐스크에 담아 추가 숙성 시켰습니다. 그래서 꿀과 바닐라 그리고 과일의 단맛이 비교적 강합니다.

 

 

엄격한 기준과 인고의 시간


 장인 정신과 더불어 엄격한 기준 그리고 숙성 시간은 발베니의 맛을 좌우합니다. 위스키가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멀고도 험합니다. 이 험한 여정을 거쳐야만 생산되기에, 고급 주류로서 대우받습니다. 그 기나긴 여정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몰팅(Malting)입니다. 이는 위스키의 원료가 되는 맥아를 만드는 과정으로 위스키 제조 과정의 첫 단계입니다. 보리를 적셨다가 말리는 것을 반복하며, 삽(Shiel)으로 보리를 뒤집어줘야 하므로 육체노동이 수반됩니다. 보리가 쌓여있는 건조실의 온도는 50도에 육박하지만,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만큼 사람이 직접 내부에서 작업합니다.

 

다음은 증류(Distillation)입니다. 몰팅을 거쳐 완성된 맥아를 분쇄하여 온수와 효모를 통해 발효시키는 과정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맥아즙의 당분이 알코올로 치환되면 맥주가 완성됩니다. 이 맥주는 증류를 거쳐 위스키의 원액인 스피릿(Spirit)이 됩니다. 증류기의 경우 구리로 만들어져 있는데, 유지 보수가 까다롭습니다. 발베니는 자체적으로 구리 세공인 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쿠퍼링(Coopering)입니다. 증류를 통해 완성된 위스키 원액은 캐스크(오크통)로 옮겨집니다. 특히, 캐스크 피니시를 위해 원액을 다른 캐스크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세컨드 핸드 캐스크를 분해, 쓸 만한 나무를 골라내고 보수한 뒤  재조립하는 사람들이 바로 '쿠퍼'입니다. 원액이 직접 맞닿아 있는 캐스크이기에 위스키의 특성을 좌우하는 과정입니다.

 

다음으로 숙성(Maturation)입니다. 법적으로 스카치위스키는 오크나무로 만든 통에서 3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숙성입니다. 48개의 창고에 보관된 120만 개의 캐스크를 관리하는 스탁키퍼가 따로 존재합니다. 스탁키퍼는 위스키와 몰트 마스터 간 가교 역할을 합니다. 위스키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은 몰트 마스터에게 맛과 향을 판단할 수 있도록 샘플을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블렌딩(Blending)입니다. 직역하면 섞어서 새로운 맛이나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숙성을 마친 위스키는 특유의 맛과 향에 맞춰 블렌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전통과 혁신의 균형


 발베니는 1892년 윌리엄 그랜트가 설립했습니다. 그는 20여 년 동안 지역 증류소에서 견습생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887년 첫 번째 증류소인 글렌피딕(Glenfiddich)을, 5년 후엔 발베니 증류소를 세웠습니다. 작은 가족회사로 시작하여 5대째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인 정신이 담긴 전통 기술을 중시합니다. 130년 넘게 이어진 제조법에는 수작업의 가치를 존중하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을 고수하지만 동시에 혁신도 추구합니다.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개발한 캐스크 피니시 기법이 그 대표 사례입니다. 또한 몰팅 과정의 일부 자동화나 정비 작업 시 기계 장비 도입 등이 있습니다.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화학 숙성으로 며칠 만에 깊은 맛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수량을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베니는 그러한 방식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통과 장인 정신을 통해 더블우드와 같은 싱글몰트위스키의 정수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발베니. 가족경영을 통해 회사 창립시 세운 가치관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130년간 다져진 그들만의 기술, 도전 정신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가 더 감미로운 위스키 맛을 만들고, 이것이 소비자들을 더욱 사로잡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도 발베니의 맛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위스키 시장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내세우는 발베니의 펜이 되어 또 다른 더블우드를 구매하기 위해 저는 요즘도 마트를 헤매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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