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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마케팅

스틱

by 캡틴작가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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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이 게맛을 알아?'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2002년에 배우 신구가 출연한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지금도 제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입에 착 달라붙는 멘트입니다(실제 광고계의 전설적인 명대사로 여겨진다는 후문입니다).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생생우동 광고 멘트도 여전히 제 뇌 속에 붙어 있습니다. 평생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을 느낌입니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흘러도 너무나 쉽게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기업이나 정치인들도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멘트를 개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물론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1초 만에 착 달라붙은 메시지의 패턴을 발견한 미국의 히스(Heath) 형제입니다. 히스 형제는 이 패턴들을 책으로 엮어내었고, 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CEO와 임원, 정치인, 카피라이터, 작가들을 열광하게 만든, 오늘의 추천 도서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는 바로 '스틱(STICK)'입니다.

 

두꺼운데 잘 읽힙니다.

 

 해당 도서는 어려운 주제를 가르쳐야하는 교사 분들, 카피라이팅을 다루는 직군의 재직자 분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달라붙는 메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단순성


 길고 어려운 문장은 외우기 어렵습니다. 거기에 내용까지 복잡하면 읽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머리속에 오래 존재하려면 내용이 단순해야 합니다. 제가 앞서 예시로 들었던 광고 메시지들은 공통적으로 짧고, 내용이 단순하고, 강렬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기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틱입니다.

 작가들도 첫 문장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좋은 글은 첫 문장 속에 글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그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작가들이 고민을 거듭합니다. 거듭된 고민 속에서 탄생한,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을 꼽으라면, 단연 설국(雪國)의 첫 문장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소설의 내용을 몰라도 소설의 내용을 한 문장에 담은 느낌입니다. 이 문장은 일본문학 도입부의 정수로 여겨지며, 이 작품은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에게 일본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안겼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장은을 작가가 퇴고하면서 만든 문장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정치 구호 하나로 대통령에 당선에 도움을 받은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빌 클린턴(Bill Clinton)입니다. 선거운동에서 스티커 메시지는 필수입니다. 정책을 줄줄 나열만 한다면 대중은 잊어버립니다. 이에 클린턴의 핵심 정치 고문이었던 제임스 카빌은 칠판에 한 문장을 씁니다. 바로 '경제라니까,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입니다. 1992년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미국 경제에서 이 메시지는 클린턴의 핵심 캠페인 구호로 사용되었습니다. 

 

구체성


 2500년전 이솝우화는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솝우화의 대표 격인 여우와 신포도는 다들 아실 겁니다. 잘 익은 포도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 여우가, 포도를 먹지 못하자 셔서 맛이 없을 거라며 얻을 수 없는 것을 경멸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외에도 토끼와 거북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 등의 이야기가 우리 머릿속에 너무나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감이 오시나요? 네, 구체적이어야 기억에 남습니다. 철학과 추상적인 이론은 이해하기도 힘들고 기억하기도 힘듭니다.

 

 기억이란 단순히 하나의 금고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기억은 찍찍이와 비슷해서, 양 옆에 수 많은 작은 갈고리들로 덮여있습니다. 그래서 갈고리가 많이 달려있는 메시지일수록 기억에 달라붙기 쉬운 원리입니다. 아기공룡 둘리 노래와 시조새의 학명 중 어느 것을 기억하기 쉽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둘리 노래 가사입니다. 그만큼 둘리 노래 가사의 양 옆에는 갈고리들이 많이 붙어 있기에,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구체성 파트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지식의 저주입니다. 지식의 저주는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주적입니다. 법정에서 오가는 용어들은 아무리 구체적인 내용이라도 머리 속에 잘 흡수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년간의 공부와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법률 용어를 또박또박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습니다. 반면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다'라는 NASA의 슬로건은 과학자도 어린아이도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쉽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스토리


 요즘은 많은 브랜드들이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달에 차고 간 시계라는 스토리를 품은 오메가(Omega), 마구와 더블스치티라는 스토리를 지닌 에르메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길고긴 스토리가 우리 입에서 줄줄 나옵니다. 그 이유는 시뮬레이션에 있습니다.

 저자는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합니다. 한 집단에게는 해결 가능성이 있는 고민거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요청합니다. 다른 한 집단에게는 문제의 진행 과정을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이에 따라 실험 대상자들은 어쩌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사건의 진행 상황을 천천히 따라가서 문제가 발생할 상황을 떠올려 보는 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이 두 집단 중 어느 집단이 문제 해결 과정에 가장 잘 적응했을까요? 바로 사건을 시뮬레이션 한 집단입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사건의 순서를 상상할 때, 물리적 활동을 할 때와 똑같은 영역에서 자극을 받는다고 합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 전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제로 일이 발생하기 전 미리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짜두는 효과가 있는 셈입니다. 

 적절한 스토리는 시뮬레이션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직접 겪지 않았어도, 뇌를 자극하기에 더욱 기억에 잘 남게 만듭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192킬로그램에서 80킬로그램까지 감량한 제러드 포글의 스토리는 서브웨이의 매출을 16퍼센트나 상승 시켰습니다. 스토리의 힘은 강력합니다.

 

 


 어떤 메시지는 스티커처럼 사람들 머리 속에 딱 달라붙어 있습니다. 어떤 메시지는 비누처럼 미끄러져 버립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 답이 오늘의 추천 도서에 담겨 있습니다. 해당 글에서는 3가지 요소만 소개했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특히 영업, 마케팅 그리고 교육 직군에서 활약하시는 분들은 스티커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상대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억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이 책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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